OUR MAGAZINE
도시가 말하는 고유의 커피 이야기

CULTURE | 2026년 9월 | 4 MIN READ

도시가 말하는 고유의 커피 이야기

도시마다 커피를 마시는 방식이 다릅니다. 커피를 즐기는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그 도시의 문화를 만날 수 있습니다.

WRITER jeongmin Lim

커피 한 잔을 마시는 데 꼭 정해진 방법은 없습니다. 누군가는 커피를 들고 빠르게 자리를 떠나고 누군가는 커피를 앞에 둔 채 몇 시간이든 앉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커피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차이가 개인의 취향에서만 만들어지는 모습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도시의 방식이 커피를 마시는 모습에도 자연스럽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도시의 커피 문화를 깊이 경험하고 싶을 때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비엔나, 멜버른, 서울의 카페를 통해 각 도시가 커피를 즐기는 방식과 그 안에 담긴 문화를 만나봅시다.

커피 문화를 알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도시의 카페에 직접 앉아보는 것입니다. 같은 커피라도 어떤 공간에서 누구와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엔나, 멜버른, 서울 각 도시의 문화를 잘 보여주는 카페를 하나씩 선택해봤습니다. 오래 머무는 시간부터 새로운 맛을 찾는 방식, 일상 속에서 커피를 소비하는 모습까지 그곳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문화를 따라가봅니다.


VIENNA, Die Cafetiere ⎯ 오래 머무르는 커피

비엔나에서 커피는 서둘러 마시는 음료라기보다 시간을 보내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커피 하우스는 오랫동안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신문을 읽고 혼자 시간을 보내는 생활 공간이었습니다. 이러한 비엔나 커피하우스 문화는 오스트리아의 무형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있습니다. Die Cafetiere는 이런 비엔나의 커피 문화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기존 Cafe Naber를 이어받아 1950년대 분위기의 공간을 간직하고 있으며 에스프레소와 싱글 오리진 커피, 바이오 커피 등을 함께 선보입니다. 직접 만든 아이스크림과 토스트 등 음식도 즐길 수 있습니다. 커피를 빠르게 마시기 보다 공간에 머물며 한 잔의 시간, 문화를 즐기는 것. Die Cafetiere에서는 비엔나 커피하우스 문화의 핵심인 머무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TIP . 커피를 주문한 뒤 바로 자리를 뜨지 말고 잠시 머물러보세요. 비엔나에서는 커피를 마시는 시간도 하나의 문화입니다.

지도 | 웹사이트

(Image: Die Cafetiere)

MELBOURNE, Dukes Coffee 에스프레소에서 스페셜티로

멜버른의 커피 문화에는 이민의 역사가 짙게 남아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이민자들이 들어오면서 에스프레소와 카페 문화가 도시의 일상에 정착했습니다. 이후 독립 카페와 로스터리가 성장하면서 오늘날의 스페셜티 커피 문화로 이어졌습니다. Dukes Coffee는 멜버른의 현재 커피 문화를 보여주는 로스터리입니다. 직접 원두를 로스팅하고 싱글 오리진과 블렌드를 선보이며, 생산자와 재배 방식까지 중요하게 다룹니다. 현재는 인증된 유기농 커피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커피를 단순히 마시는 데서 그치지 않고 원두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까지 살펴보는 것이 Dukes가 멜버른의 커피 문화의 품질과 생산 과정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된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TIP . 메뉴를 고를 때 산지와 제작 방식도 함께 살펴보세요. 같은 커피라도 만들어진 과정에 따라 맛이 달라집니다.

지도 | 웹사이트

(Image: dukescoffee)

SEOUL, Fritz 취향에 따라 달라지는 커피

서울의 커피 문화는 하나의 모습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잠을 깨기 위한 커피, 사람을 만나기 위한 커피, 오로지 나의 시간을 위한 커피 등 서울은 커피를 마시는 목적도 취향도 제각각입니다. 수많은 카페와 선택지가 공존하는 서울에서는 오히려 무엇을 파는지보다 어떤 색깔을 가지고 있는지가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프릳츠(Fritz)는 이런 서울에서 자신만의 색을 보여주는 브랜드입니다. 2014년 서울 마포의 오래된 양옥집에서 시작해 커피와 빵을 함께 선보였고 한국적인 레트로 감성을 담은 독특한 브랜딩으로 커피를 하나의 문화로 확장했습니다. 싱글 오리진과 블렌드부터 다양한 형태의 제품까지 선보이며 카페 밖에서도 커피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합니다.

TIP . 커피뿐 아니라 공간과 패키지, 홈페이지까지 살펴보세요. Fritz만의 취향이 곳곳에 담겨 있습니다.

지도 | 웹사이트

(Image: fritz)

SEOUL, Unpage 취향은 하나가 아니니깐

서울에는 하나의 브랜드가 만든 커피를 즐기는 방식뿐 아니라 여러 커피 사이에서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는 방식도 있습니다. 언페이지(UNPAGE)는 2026년 한남동에 문을 연 첫 오프라인 커피 큐레이션 쇼룸입니다. 여러 로스터리의 커피를 필터 커피 중심으로 소개합니다. 한 곳에서 다양한 로스터리의 커피를 만나볼 수 있어, 원두마다 다른 맛과 개성을 비교하며 자신의 취향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두 카페가 커피를 보여주는 방식은 다릅니다. 프릳츠에서는 하나의 브랜드가 만든 취향을 경험하고, 언페이지에서는 여러 커피 사이에서 나의 취향을 발견합니다. 서로 다른 취향이 공존하면서도 각자의 색을 만들어 가는 것. 프릳츠와 언페이지에서는 서울의 커피 문화가 지닌 이런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TIP . 평소 마시지 않던 원두를 골라 맛의 차이를 비교해 보세요. 내 취향을 알아가는 과정도 서울에서 커피를 즐기는 방법입니다.

지도 | 웹사이트


도시의 커피 문화가 다른 것은 그곳의 역사와 생활 방식이 커피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때문입니다. 한 곳에 앉아 사람들이 커피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그 도시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비엔나에서는 천천히 머무는 법을, 멜버른에서는 발전한 커피 문화를 바탕으로 원두와 과정까지 깊이 들여다봅니다. 또 서울에서는 진정한 취향을 알게 되는 모습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유명한 카페를 찾기보다 그 도시의 사람들이 커피를 어떻게 즐기는지 보여주는 곳을 골라보세요. 한 잔의 커피가 여행지의 문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