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age:blue bottle)
DESIGN | 2026년 9월 | 3 MIN READ
블루보틀은 왜 한옥을 선택했을까
블루보틀 삼청에서만 가능한 커피 경험: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소격동의 장소성과 한옥의 미학을 블루보틀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다.
WRITER jeongmin Lim
카페에서 소비하는 것은 커피만이 아닙니다. 카페에 처음 들어간 순간 공간의 분위기와 디자인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카페의 공간은 커피를 담아내는 배경이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와 이미지를 전달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됩니다. 블루보틀 삼청 한옥은 그 방법을 한옥에서 찾았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한옥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온 것은 아닙니다. 소격동의 장소와 한옥이 가진 특징을 가지고 블루보틀만의 방식으로 공간을 다시 구성했습니다. 블루보틀은 왜 한옥을 선택했고, 이 공간을 어떻게 브랜드의 경험으로 만들었을까요?
카페에 들어서서 자리를 고르고 주변을 바라보고 커피를 기다리고 커피를 앞에 두고 머무는 과정이 모두 하나의 경험으로 이어집니다. 블루보틀 삼청 한옥은 이러한 경험을 한옥이라는 공간을 통해 새롭게 구성한 사례이고, 이곳을 한국적 미학과 현대적 장인정신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블루보틀은 왜 일반적인 현대식 매장 대신 한옥을 선택했을까요? 그리고 그 한옥을 어떻게 블루보틀만의 브랜드 공간으로 만들었을까요?
1. 왜 한옥이였을까?
삼청 한옥이 자리한 소격동은 오래된 한옥과 골목의 풍경이 남아 있는 곳입니다. 동시에 미술관과 갤러리, 새로운 상업 공간이 함께 자리하며 과거와 현재의 문화가 공존합니다. 양태오 디자이너와 협업으로 완성된 블루보틀 삼청 한옥은 조선 시대의 한옥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진 도심 한옥의 모습을 고객이 경험할 디자인의 한 맥락으로 바라봤습니다. 오래된 공간에 새로운 브랜드의 모습을 덧씌우기보다 소격동이 가진 장소성과 시간의 흔적을 디자인의 출발점으로 삼은 것입니다. 한옥을 단순히 커피를 위한 배경으로 활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고객이 어떤 분위기에서 블루보틀의 커피를 경험하게 할 것인지, 그 장소의 분위기까지 블루보틀의 경험에 담은 것입니다.
2. 한옥을 블루보틀의 공간으로 바꾸다.
삼청 한옥에서는 오히려 작은 장면이 공간에 대한 해석을 만들어냅니다. 대문을 지나면 흙, 나무, 디딤돌이 어우러진 중정이 나타납니다. 그곳에서는 공예 작가 윤준호의 분청 항아리가 놓여 있습니다. 블루보틀은 이 공간을 소개하면서 이러한 요소들이 어우러진 중정을 하나의 공간 경험으로 보여줍니다. 분청 항아리 하나만 떼어놓으면 하나의 공예품이지만 중정 안에서는 흙, 나무, 디딤돌과 함께 하나의 장면이 됩니다. 어느 하나가 공간의 중심을 차지하기보다 서로의 배경이 되어줍니다. 이러한 구성은 방문객이 공간을 한 번에 소비하지 않도록 합니다. 한옥을 전통의 이미지로 재현하는 대신, 그 안의 재료와 공간의 미감을 블루보틀의 방식으로 다시 구성한 것입니다.

3. 그래서 커피를 경험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삼청 한옥에서는 작은 창을 통해 바깥의 하늘과 나무를 바라보고 기와에 드리워지는 그림자처럼 바깥 풍경의 일부를 들여옵니다. 큰 창으로 풍경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대신 일부의 풍경만 공간 안으로 들여 시선이 머무는 지점을 만듭니다. 커피를 마시다가 잠시 창밖을 바라보고 다시 잔으로 시선을 돌릴 때 빛의 변화가 눈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이때 창은 단순히 바깥을 보여주는 건축 요소를 넘어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시선을 잠시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는 장치가 됩니다. 공간에 머무는 시간도 같은 방향으로 연결됩니다. 약 90분 동안 커피, 음료, 디저트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웰컴 티로 경험을 시작하고 커피와 음료, 디저트를 차례로 경험하면서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공간을 바라보고 머무는 과정과 함께 경험하는 하나의 요소가 됩니다. 결국 디자인이 만드는 것은 공간의 모습만이 아닙니다. 고객이 브랜드를 바라보고, 머물고, 커피를 경험하는 방식까지 달라집니다.

블루보틀이 한옥을 선택한 이유는 한국적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이미 이야기가 있는 장소를 선택하고, 그 장소의 특징을 블루보틀의 디자인 언어로 다시 해석해 브랜드 경험르로 만든 것입니다. 그래서 삼청 한옥의 핵심은 한옥을 잘 디자인한 카페에 있지 않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장소의 이야기를 브랜드만의 경험으로 바꿨다는 데 있습니다.







